정말이지, 세상에서 그렇게 멋진 밴드가 없었다. +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시리즈 기사를 경향신문에서 읽다가 예전에 동생에게 추천받았던 노브레인 1집 앨범 생각이 났다.
당시 나는 집에서 '넌 내게 반했어'를 듣고 있었고 동생은 지금의 노브레인과 예전 노브레인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다지 펑크에 대단히 관심도 없고 자세히 알지도 못했던 나에게는 왜 굳이 그걸 구별해야하는가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했고, 내 귀에는 좋기만 한 최근의 노브레인 음악들을 탐탁찮아하는 동생을 신기하게 여겼더랬다.

당시 나는 밴드를 하는 동생의 영향으로 락 음악에 관심을 늘려가기 시작했었다. 그 후부터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엘레가든을 다시 찾아듣고, 뮤즈나 오아시스 같은 브릿팝은 물론 신나는 네오펑크 밴드의 곡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추천을 받아 점점 오이펑크와 하드코어펑크 밴드도 접해갔다. 나에게는 새로운 세계였기에 급하게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 곡이 중심인 엘레가든이나 포르노그라피티와는 달리, 크래쉬나 캐쥬얼티즈의 노래는 가사도 영어인데다 보컬 발음도 부정확하다보니 귀에 쏙쏙 박히지 않았다. 게다가 가사 중간중간 들어가는 어이어이어이! 와 우우워어어꾸어어억으에에엑 덕분에 조금씩 듣는 횟수가 줄어 가끔 찾아듣는 음악 정도로 취급하게 되어가던 나날이었는데.



대조선펑크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


이 앨범을 들으면서 내 생각은 바뀌었다. 
내가 알던... 그러니까 무한도전에 나와서 노홍철과 노래를 부르고, 넌 내게 반했어로 스타가 된 노브레인과는 너무나 다른, 또 하나의 노브레인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 펑크의 역사나 락 밴드의 역사 같은 건 모르지만, 이 앨범 한 장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들려주었다. 가사를 모르니 아무 감흥이 없던 펑크를 우리나라 말로 새롭게 설명해 준 것이다. 애타고 간절한 사랑 노래 말고 이런 것도 있다는 걸. 
게다가 이름도 멋지지 않은가! 대조선펑크라니. 어떤 책에서 자주 본 대일본 같은 단어에 치를 떨던 나에게는 저 이름조차도 멋있었다.




나는 가끔 남자들만의 세계를 동경한다. 뭔가 투지가 있고 패기 넘치고 활기 찬 점프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소년인 그런 세계. 그래서 더 대조선펑크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맹진가'가 매력적으로 들렸는지도 모른다.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 덤비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그야말로 순도 100%의 펑크밴드가 아닌가. 

참고로 이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은 '청춘은 불꽃이어라' 다. 이유는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가사가 좋은 것 같다. 너를 둘러싼 그 모든 굴레를 걷어 치우고 들풀처럼 일어서라. 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노라. 청춘은 불꽃이어라.




참, 그 기사의 마지막 문단은 이랬다. 

두번째 앨범 ‘비바! 노 브레인’을 끝으로 밴드의 리더이자 브레인이었던 차승우는 탈퇴했다. 지금 노 브레인은 ‘넌 내게 반했어’로 록 스타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잡놈 패거리”라고 선언하며 “다 죽여버려!”라고 선동하던 100%의 펑크밴드는 사라졌다. ‘청년폭도맹진가’는 쇼 비즈니스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렀던, 그러나 그 일격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던 펑크 복서의 기록지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그렇게 멋진 밴드가 없었다. 

정말 그랬다. 아무 것도 몰라도 이 앨범 한 장으로 다 알 수 있었다. 당시의 노브레인이 멋있었다고 한탄해봤자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아질 건 없어, 재가 되어가리'. 사실 난 요즘의 노브레인 노래도 너무나 좋아하지만 그래도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물으면 나에게 충격을 준 그 때 그 노브레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제는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에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지도 모른다. 
뭐 나는 펑크를 즐겨듣는 것도 아니고 많은 밴드를 아는 것도 아니라 남들과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그렇게 멋진 밴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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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호넷 2011/04/30 03:25 #

    확실히 펑크고 락이고간에 노브레인만의 색을 내는 밴드는 해외 밴드에도 찾아보기 힘든것 같아요.
    그게 한국의 밴드이고 가사가 한글이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가아는 펑크락밴드들과는 다른 색을 내고 있는것 같습니다. :)
    전 펑크쪽으로는 해외쪽으론 오프스프링을 좋아합니다 ;ㅅ;
  • mahina 2011/05/01 04:43 #

    네. 무려 대조선펑크니까요!
    아 너무 멋지네요 흐흐...
    저는 요즘 캐쥬얼티즈랑 노브레인만 죽어라 듣고 있네요.
  • 흔한 아라드의 뮤탈 2011/04/30 13:34 #

    힙합은 좋아하지만 펑크나 락은 별로 안땡겨서... ㅋ
  • mahina 2011/05/01 04:44 #

    전 힙합이라곤 빅뱅밖에...
  • Cruel 2011/05/03 23:28 #

    노브레인의 경우는 서태지를 깐적이 있어서 그닥 좋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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